[시] 불면
불면(不眠)은 뭘로 끓인 면인 겨 어디 등만 대면 졸음이 쏟아진다는 M 시인이 며칠째 잠 못 자는 내게 장난을 친다 불면은 말이지 새벽 세 시 삼십 분 삼십 초에 눈 땡그랗게 뜬 채로 우울 세 컵을 사정 없이 쏟아붓고 우울이 미친 듯이 끓어오르거들랑 꼬불꼬불 불면을 미련없이 자빠뜨려 파마머리 순순히 풀어지거든 나를 떠나 어여쁘게 자고 있을 첫사랑 머리채라 생각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 왼쪽으로 세 바퀴 정신없이 돌린 다음 그땐 그렇게 할 걸 저땐 저렇게 할 걸 껄껄껄 스프를 미련 없이 뿌려주고 휘휘휘 넋 나가게 저은 다음 울며불며 끓인 그런 면인 겨 어뗘 한 젓가락 먹어 볼텨? 맛이 어떠냐고? 있을 때 잘해! 맛이야 홍유리 / 시인시 바퀴 왼쪽 대면 졸음